In print
Ebook
Audiobook
Library
We may earn a commission. Learn more.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소설의 첫 몇 페이지는 단연 압권이다. 방안에 날아다니는 담뱃재와 고양이 오줌 자국이 얼룩덜룩한 침대보가 있는 쓰레기통 같은 집안에서 남자와 여자가 대사를 주고 받는다. "돈이 없어." "그게 울 일이야? 젠장" 다시 한번, "그게 울 일이야? 젠장." 그들은 스키야키의 '달콤한 가쓰오부시 국물에 잠긴 표고버섯의 숨 막히는 향기'를 상상하지만 저런 상황에서 그것은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다. 더군다나 평화로워야만 하는 '일요일'에 '스키야키'를 제목으로 삼은 작가의 의도는 끔찍하기까지 하다. 모든 빈곤은 타인과 비교됨으로써 상대적이며 또한, 한번 그 늪에 빠지게 되면 탈출이 거의 불가능하기에 절대적이기도 하다. 이 소설이 그리고 있는 '빈곤'은 물질적 조건에서의 결핍만은 아니다. 정신적 육체적 상대적인 모든 '결핍'과 그것에 뒷덜미를 잡힌 채 살고 있는 인간군상들이 이 안에서 구물거리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빈곤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마치 "그래 나 가난하다. 그래서 어쩌라구?"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의 이러한 '방임'은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빈곤에 대한 적의 섞인 체념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배수아 식의 독특한 인물설정이 눈에 띄며 이전 작품들과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작가의 변신이 돋보인다.
Reviews
No reviews yet.
Be the first to write one.
Highlights
No highlights yet.
Be the first to share one.